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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파는 사람이 외쳤다 "이 창은 세상에서 제일 예리한 창입니다. 그 어떤 방패라도
뚫을 수 있죠! 이 창을 사가세요!" 길 건너편에서 방패 장수가 외쳤다. "세상에서
최고로 견고한 방패를 팝니다! 제 아무리 예리한 창도 다 막아낼 수 있지요!"
한참을 듣고 있던 노인이 물었다. "그럼, 그 창으로 저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됩니까?" 열심히 자신의 창과 방패를 자랑하던 두 사람은 말문이 막혔다.
천년도 더 된 고사성어 모순(矛盾)의 이야기다. 필자는 최근에 더 재미있는 그 뒷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할 말을 잃은 두 사람은 수 백 년간이나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고 한다. 길을 가던 아주 현명한 청년이 이들의 '우문'을 비웃으며 "실증적 실험"이라는 '현답'을 제시했다. 약 300년 전의 일이다. 드디어, 창으로 방패를 찔러 보는 실증적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방패는 맥없이 깨어져 버렸다. 창 주인은 신이 났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그 창을 팔아서 부자가 됐다. 그 이후로 아무도 모순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방패 장수는
화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의 아들이 절치부심 견고한 방패 연구에 몰입했다.
100년쯤 전에 그 몇 대 손자인가가 정말 견고한 신물질을 개발해서 다시 그
창과 겨루게됐다. 새로운 방패 앞에서 옛 창은 맥없이 부러져버리고 말았다.
그 후로도 모순이란 말은 사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방패도 영원하진 못했다. 물론 더 강한 창이 나온 것이다. 이것도 한 50년 전쯤 일이고, 10년 전부터는 무척 시끄러워졌다고 한다. 1년마다 창과 방패의 승부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이 수 천년의 승부는 어떻게 되었을까? 불행한 일이지만 그 정답을
알려드릴 수가 없
그들은 이미 거대한 창과 방패 그룹으로 발전했다. 요 몇 년 새에는 하루가 멀게 승부가 바뀌더니, 최근엔 분초 단위로 승부가 바뀐다고 하니 필자도 답답할 뿐이다. 결국 과학적인 실험으로 간단히 해결될 일이라고 주장했던 현명한 청년도 얼마전인가 만신창이가 되어서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고 한다. 그 싸움은 아직도 계속된다. 그런데 필자가 최근에 들은 소식으로는 IMF
한파를 이기지 못하고 창 그룹은 부도를 내고 방패 그룹은 화의를 신청했다고
한다. 온 나라가 위기에 휩싸였고, 이들 천년 전통 기업의 몰락은 즉시 대서특필되었다.
"장인 정신이 사라진 천년 기업 몰락", "문어발식 확장이 주원인", "무분별한
외제 방패 수입 이대로 좋은가?", "고임금, 졸부 샴페인 거품 사라지다.", "정치논리에
밀려 위기관리 헛점", "우째 이런 일이!", ......
80년대에 해킹을
통한 소프트웨어 복제와 해킹방지 프로그램과의 치열한 싸움이 전개됐던 적이
있다. 물론 영원한 승자는 없었다. 싸움터가 인터넷으로 옮겨진 요즈음에는
무수한 크랙 사이트가 있고 소프트웨어 회사는 지속적으로 버전을 바꾸며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핵킹을 막
길을 가던 한
현자가 말했다, "합리적인 산업 구조 조정과, 가격 경쟁력 강화만이 살 길입니다."
"정리해고"는 필수라고 했다. 그는 또, "지금의 위기는 일시적인 것이며, 임금이
싸지면 수출이 늘어나고, 환율이 올라서 사치 방패 수입이 줄면, 1년 내에 회생시킬
수 있다"고 장담했다.
정말 그럴까? 신제품 개발이 10년 단위로 이루어질 땐 그랬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일단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나아지면 다시 고용도,
임금도, 환율도 회복될 것이다. 그러면 그런 위기는 또 닥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현자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허리띠를 졸라 메야 합니다!"
"쉬임 없이". 얼핏 그럴 듯 하게 들리는 이 말은 틀렸다. 지금 열심히 일하는
것은 미래에 풍요롭게 살기 위함이다. 그때 가서 허리띠를 졸라 멜 이유라곤
망했을 때밖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땐 허리띠만 졸라 메 가지곤 해결이
안될 것이다.
가격경쟁, 임금삭감,
정리해고는 제살 깎기식 최후 수단이다.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 방향을 계속
밀어 부치겠다는 무모한 강박증일 뿐이다. 이익 많이 생기는 사업을 해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모두에게 영원한 내핍을 강요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구나 모든
것이 광속으로 변하는 시대에 우리는 얼마나 더 빠르게 우리의 허리띠를 졸라
멜 수 있을 것인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모순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엇그제, 방패 그룹 회장이
경영권 포기 각서에 서명을 하면서 이런 넋두리를 하고는 떠나갔다 한다. "모순이야
모순......"
정보화 시대는 초스피드 시대다.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싸게 물건을
만들어서 팔아보겠다는 생각은 오래 가기 어렵다. 속도나 가격은 아주 기본적인
것이다. 그것은 잠시 밖에는 당신을 지켜줄 수 없을 것이다. 앞만 보고 달리던
것도 더 이상 미덕일 수만은 없다. 정보화시대에는 한치 앞도 정확히 내다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격경쟁은 필요조차 없는 창작품만이 세계를 지배한다. 타임지
올해의 인물인 인텔 앤디 그로브 회장의 말이다, "우리 것을 상대가 도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해 진 것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기술력의 발달로 당신이 지금 상상한 것-그것이 너무나 황당하지만 않다면-을 정말로 빠른 시간 안에 실현해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론을 세우고 공장을 지어서 물건을 만들 때까지 몇 십 년이 걸리던 산업사회 시절에는 눈치만 잘 보다가 가능성 있으면 힘을 모아서 빨리 달려가면 함께 경쟁할 수 있었다. 사실 그걸 제일 잘 해온 건 우리와 일본이다. 우린 우리의 대단한 흉내내기 속도에 도취되어서 우리의 창의력이 형편없었던 것을 보지 못했다. 비웃기까지 했다. 이제 모방의 속도와 규모가 더 이상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보화 시대에 우리를 지켜줄 창과 방패는 무엇일까? 그것은 "물질 생산" 모방의 속도나 규모가 아니라, "생각 생산" 창조의 속도와 질, 즉 창의적 정신력이다. 우리는 "창의력"을 창으로 지속적으로 자신을 개선해 가는 "자기성찰력"을 방패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 가지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거기에 집착해서 영원히 머무를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마라. 또한 한 번 실패에 낙담할 필요도 전혀 없다. 기회와 가능성은
더 많아졌다.
지금의 변화는 너무 빨라서 고통스러우니 좀 멈추었다고 가자고 할까? 이렇게 빠른 변화가 혹시 비인간적인 것은 아닐까? 하지만 해답은 천 년 전 노인이 두 상인의 맹목적 집착을 넘어서 천년의 진리를 꿰뚫었던 것처럼 의외로 쉬운 곳에 있다. 그것은 집착을 넘어선 통찰이다. 놀이공원을 높고 빠르게 나르는 공중그네에 몸을 싣는다고 상상해 보자. 무서우니 내려달라고, 돌아가는 방향을 바꿔달라고 비명만 지를 것인가? 오히려, 그네에 몸을 맡긴 채, 편안히 고개를 뒤로 젖혀 밤하늘을 바라보면 어떨까? 그것은 매우 유쾌한 여행으로 변환될 뿐 아니라, 당신은 밤하늘을 수놓은 별자리가 돌아가는 그네에서 보면 더욱더 아름답게 춤춘다는 사실까지 즐기게 될 것이다. 그네가 지금은 각속도 얼마로 북북서로 움직이다가 0.2초 후에 북동서로 방향을 바꾸고, 그 다음엔 또 어떻게 된다고 호들갑스럽게 경보를 울리지 말자! 그네가 자신 특유의 몸짓으로 지속적으로 이리 저리 흔들릴 것임을 즐기자! 사실은 그 그네조차도 태양을 중심으로 무서운 속도로 돌아가는 지구의 한 쪽 구석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실려 춤추고 있음도! 만물이 "쉬임 없이" 탄생, 성장, 소멸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진리만이 영원할 뿐 우리의 찰나적 집착은 초라할 뿐이다, 마치 스냅사진 한 장에 우리의 인생을 다 담을 수 없는 것처럼! 이제 제3의 물결에 몸을 싣자! 그리고 그 속에서 자유로운 정신으로 살아가자,
빛의 속도로! (Live at the speed of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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