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 병사와 사이버 정글
 
 
 

 

 
 

 
  
 
  
 
  
  
  
  
  
  
  
  
  
 
  
 
  
  
 

  
  
 
 
 
  
  
   
  
  
  
  
  
  
  
  
  
  
  
 
  
 
  
  
 

  
  
 
 
 
  
  
   
  
  
  
  
  
  
  
  
  
  
  
  
  
  
  
  
  
  
  
  
  
  
  
  
  
  
  
  
  
  
  
  
  
  
  
  
  
  
  
  
  
   
  
   
  
  
  
  
  
  
  
  
  
  
  
  
  
  
  
  
  
  
  
  
  
  
  
  
  
  
  
  
  
  
  
  
  
  
  
  
  
  
  
  
  
  
  
  
  
  
  
  
  
  
  
  
  
  
  
  
  
  
  
  
  
  
  
  
  
  
  
  
  
  
  
 

정보화 시대다. 정보화시대는 "당신의 손끝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하이미디어의 "멋진 세상"으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약육강식의 논리가 판치는 치열한 "정글"이기도 하다. 우리를 그토록 감미롭게 사로잡은 "멋진 세상"이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베풀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 각국이 금융위기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역사상 세계 최대 규모라는 한국의 금융위기로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춥다.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외환 보유고는 100억달러 정도이지만, 소위 "핫머니"라 불리우는 국제 금융계의 큰손들이 굴리는 금액은 자그마치 수조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더욱이 이들은 인터넷'이라는 정보 괴물로 무장하고 있다. 금융구조가 취약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광속으로 달려가서 각국 화폐를 마구 주물러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는 유유히 떠나가기를 반복하며 점점 더 비대해지고 있다.

우리는 흔히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우리 나라가 이렇게 위험한데 어떻게 이웃나라들이 조금도 도와주려 하지 않는가!"하며 한탄한다. 하지만, 국제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감정이 아니고 계약이고 냉철한 이성이다. 

도와주다니? 얼마나 기다려온 기회인데? 이 최적의 시점에 이익을 더욱 늘리고 영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그들의 임무이다. 

더욱이, 첨단 정보기술로 무장한, 아니 이미 정보기술과 융합해버린 사이보그 병사들의 눈에는 이 세계가 더 이상 사람들이 숨쉬며 살아가는 따뜻한 공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단지 모니터상을 난무하는 숫자들
로 이루어진 전자 시뮬레이션 게임일 뿐이다. 

그가 얻어낸 이익의 충격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파산으로 자살해버
린 한 중소기업 사장에게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딸이 남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할 의무가 그에겐 없다. 아니, 그런 값싼 동정으로 병들어 버린 병사에게 어울리는 것은 후방에 마련된 정신과 치료실일 뿐
이다.
 

이러한 분열성의 조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적의 인성을 제거하고 괴물로 형상화하는 것은 모든 군사교육의 초보 이론이다. 

예전에 반공 포스터의 "북괴군"은 항상 뿔이 달리고 눈이 충혈된 늑대나 악마 모습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적군을 따뜻한 피와 육체로 이루어진 동포로 인식하는 한, 우리는 적을 "효과적으로 살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괴물이나 악마를 죽이는 일이라면 조금의 죄의식도 느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의 정신은 한번 더 마술적인 변환을 시도한다. 그는 괴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킨 영웅이 되고 그가 치룬 전쟁은 성전으로 추앙된다. 
 

걸프전을 통해 정보화 시대의 전쟁은 이미 그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냈다. "사막의 폭풍 작전"의 주인공은 단연 "자비로운 미사일"로 미화된 "토마호크"였다. 

대서양 건너의 적을 "효과적으로 섬멸"하기 위해서 미군이 동원한 심리전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고도의 기술로 무장한 "스마트 미사일"이 무고한 양민은 살상하지 않고정확히 조준된 군사 목표만을 자율적으로 명중시킬 것이라는 대중적 환상의 생성이고, 다른 하나는 처참한 전쟁 장면을 각 가정의 텔레비젼에 비쳐지는 전자 오락과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변환시키는 것이었다.

미국 언론들은 연일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 미사일이 적의 목표물을 향해 돌진하여 명중시키는 장면을 방송했고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화면에 조준선에 희미하게 포착된 목표물이 전자오락의 캐릭터처럼 파괴되는 시각화와 느린 화면 반복 화면의 재생을 통해서, 파괴와 죽음이 주는 도덕적 고통의 느낌은 시각적 영상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었다. 

한편, 사이보그 병사들의 신경조직은 새로운 무기체계에 정밀하게 통합되도록 프로그래밍되었다. 병사들은 화
면 앞에 벌어지는 실시간 정보들에 고도로 반응하도록 훈련되어 자신이 누른 미사일 스위치가 파괴할 "실제 공간"상의 "목표물"의 피와 고통의 느낌이 분리되었다. 이미 닌텐도 게임으로 길들여진 우리가 화면상의 캐릭터를 파괴하는데 도덕적 갈등을 느낄 필요가 있을까?

더욱 기막힌 심리전은 이러한 무차별적 미사일 폭격을 나쁜 병소만을 제거하는 "외과수술"에 비유하려 한 것("Surgical Strikes!")이다. 외과의사가 그 특유의 냉철함을 유지하도록 피나는 훈련을 받고서도, 실수로 잃은 생
명에 대한 죄의식으로 평생을 시달려야 하는 양심의 고통을, 정말로 그 "스마트 미사일"도 소유했던 것일까? 목표물의 파괴가 진정으로 "아랍제국"의 생명을 살리는 고결한 일이라는 "확실한 진단"이 정말 내려졌었을까? 환
자에 대한 충분한 상황설명과 수술동의서라도 받아두었을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UN의 보고서에서 명백하다. 실제 공격은 전혀 정조준되지도 않았고 폭격은 무차별적이었으며, 고도의 정확성은 애초부터 하이테크 무기 연구에서 주요 관심사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멍청한" 폭탄을 "영리하게" 만든 것은 정보기술이 아니라, 정보기술의 완전성에 대한 대중의 편집증적 집착을 이용한 사회공학적 이미지 창출에 불과했던 것이다.
 

정보화 시대를 무한경쟁의 시대라고도 한다. 정보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한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은 전세계 인터넷 서버의 60%이상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지구촌을 그믈망처럼 엮어놓은 통신망은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컴퓨터 내부에 형상화해내고 있다. 그곳은 서구 문명의 합리성에 대한 편집증적 집착과 닌텐도 게임으로 길들여진 사이보그 병사들이 우글거리는 정글이다. 
 

우리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잃었다. 물론 잘못은 우리에게 있다. 우리가 자아도취에 빠져서 샴페인을 터뜨리며 졸부 파티를 벌이고 있을 때, 우리가 당리당략에 눈이 멀었을 때, 우리가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피나는 감량경영과 개혁을 완수한 사이보그 병사들은 첨단 정보기술로 무장하고 사이버 정글을 점령해가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세계질서라는 이름으로 요구하는 것은 서구 문명식의 냉철한 합리주의이다. 우리가 듣게될 답변은 간단하다. "당신들의 극히 비효율적인 시스템은 합리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당신들은 머지않아 우리의 수술(Surgical Strikes)로 회복되어 감사하게 될 것이다."
 

정보기술과 사이버 공간이 결코 감미로운 디즈니랜드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얻은 교훈은 간단하다. 사이버 공간이 실제 공간과 완전히 유리된 도피처나 유희의 장소가 아니라는 것과, 우리가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독불장군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과, 조금이라도 여력이 있을 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한 것은 사이버 공간에 묵묵히 훈훈한 문화를 심어 가고 정글을 정원으로 가꾸어 가는 수많은 네티즌들이 아름다운 정신들이 우리의 미래를 좀더 사람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는 희망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