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영화 "접속"
 
 

 
 
 
 
 
 
 
 
 
 
 
 
 

 
 
 
 
 
 
 
 
 
 
 
 
 
 
 
 
 
 
 
 
 
 
 
 
 
 
 
 
 
 
 
 
 
 
 
 
 
 
 
 
 
 
 
 
 
 
 
  
 
 
 
 
 
 
 
 
 
 
 
 
 
 
 
 
 
 
 
 
 
 
 
 
 
 
 
 
 
 
 
 
 
 
 
 
 
 
 
 
 
 
 
 
 
 
 
 
 
 
 
 
 
 
 
 
 
 
 
 
 
 
 
 
 
 
 
 
 
 
 
 
 
 
 
 
  
 
 
 
 
 
 
 
 
 
 
 
 
 
 
 
 
 
 
 
 
 
 
 
 
 
 
 
 
 
 
 
 
 
 
 
 
 
 
 
 
 
 
 
 
 
 
 
 
 
 
 
 
 
 

 
 
 
 
 
 
 
 
 
 
 
 
 
 

 

 
 
 
 
 
 
 
영화 "접속"이 장안의 화제다. 특별히 재미난 구석도 없고 스릴도 없는 이 영화가 이미 수많은 관객을 동원하여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고 한다. 

"접속"의 성공에 대한 해설도 구구하다. 주연을 맡은 한석규나 전도연의 연기력도 높이 평가되고, 음악이 좋았다거나, 컴퓨터 통신을 통한 만남이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해설도 있다. 한국 영화의 나아갈 방향이라고도 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라고도 한다. 

벽을 쌓고 살아가는 현대의 도시인으로 완전한 의사소통을 체념한 신세대들의 사랑이야기라고 하기도 한다. 
 

무엇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을까? 필자는 이 영화의 다분히 사이버적인 특성을 들고 싶다. 

모르고 있는 사이에 너무도 조용히 현실 세계에 침습한 사이버 공간, 영화 "접속"은 사이버적 만남과 헤어짐의 특성과 그에 대한 우리의 감정이 이미 우리의 마음속 깊숙이 스며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현대인의 모든 만남의 형식을 "접속"이라는 시각에서 치밀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두 남녀 주인공의 직업 모두 사이버공간을 무대로 한다. 

라디오 심야 프로 프로듀서인 동현은 공중파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사람들과 음악으로 "접속"한다. 

동현이 사는 공간은 신세대답게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한 복판 높은 공간이다. 누에고치처럼 닫혀진 유리창 속의 공간은 오디오와 전화기, 팩스, 노트북 컴퓨터 등으로 채워져 있고, 이들은 동현과 바깥 세상의 "접속 통로"이다. 

여주인공 수현의 직업은 케이블 방송 홈쇼핑 안내자이다. 전화상으로 수많은 사람과 "접속"하고 얼굴도 본일 없는 사람들에게 자판을 두들겨 물건을 배달하는 것이 그녀의 일과이다. 

엘리베이터나 자동차 내부와 같은 현대적인 공간과 폴라로이드 사진기나 자동응답기와 같은 현대적인 매체들이 상징적인 소품으로 등장한다. 

평범한 도시인이면서 팩스나 컴퓨터 통신 정도는 자연스럽게 즐기는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동현'과 '수현'이라는 오누이 같은 이름도 그들간의 동질감을 상징한다. 
 

그들에게는 실제 공간에서 모르는 체 스쳐갔던 일이 있다. 

각자 홀로 영화 구경을 하고 나선 극장 앞에는 비가 내리고, 두 남녀는 만날 듯 말 듯 아쉬움만 남기고 도시의 공간속으로 흩어져 간다. 

그들의 만남은 사이버적인 공간에서의 '접속'을 통해 이루어진다. 
 

수현은 혼자만의 공간인 달리는 차안에서 전파를 타고 날아온 동현의 음악을 듣는다. 그것이 그들의 첫 번째 '접속'이다. 

수현은 실수로 지나가던 차의 사고를 유발한다. 음악은 흐르고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 이름도 모르는 사고 차와의 운수 나쁜 우연일 뿐이었다. 수현은 복잡한 심경 속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에 사로잡힌다. 

수현은 전자우편을 통해 그 음악을 신청한다. 이는 좀더 직접적인 사이버공간을 통한 두 번째의 접속시도이다. 
 

옛 여인인 영혜로부터 갑작스레 배달된 음반의 추억에 사로잡혀 있던 동현은 그 곡을 신청한 사람이 영혜일지도 모른다는 집착으로 사이버공간에서의 수현과의 '접속'을 시도한다. 

두 사람은 "해피앤드"와 "여인2"로 만나서 채팅을 나눈다. 그들의 대화는 파란 모니터에 하얀 글자로 선명하게 새겨져 온다. 

하지만, 사이버공간에서의 대화는 참으로 담담하다. 집요하게 영혜에 대해 묻던 동현은 수현의 대답에 실망하여 냉정하게 채팅룸을 빠져나간다. 단 한 줄의 메시지만을 남기고. "해피앤드님이 퇴장하셨습니다". 접속해제... 

두 주인공들과 달리 나머지 인물들은 실제 공간에서의 만남을 시도한다. 동현에게 집착을 보이는 은미는 직접 이야기를 하거나 자동차에서 헤드라이트 신호를 보내서 걸어가던 동현을 불러 세운다. 실제 공간에서의 접속시도다. 

지하철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은미는 집요하게 동현을 설득하고 쫓아간다. "접속시도중"인 것이다. 

동현은 은미를 피해서 문이 닫히지 직전 전동차를 빠져 나온다. 자동문은 야속하게 닫히고 두 사람 사이를 갈라선 것은 유리창이었다. 

동현의 뒷모습을 응시하는 은미의 시선을 멀리하며 전동차는 빠른 속도로 미끄러지듯 멀어져 간다. "접속해제"...... 

창속의 은미는 신파조 영화에서처럼 창을 두드리거나 애원하지 않는다. 문은 그렇게 닫히는 것이고, 그 문이 닫히면 또 그렇게 미끄러져 가는 것이다. 

우리가 이미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이 사이버적 이별 장면은, 동현이 채팅룸을 빠져나가는 야속한 "접속해제" 장면과 너무나도 닮았다. 

"해피앤드님이 퇴장하셨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들의 만남의 형식은 절정을 이룬다. 

마침내 두 사람은 현실 세계에서의 만남을 약속한다. 수현은 영혜의 음반과 팩스로 주고받은 극장 표를 들고 기다린다. 

수현을 먼저 발견한 동현은 실제 공간에서의 만남을 피해 찻집 2층 창가로 올라간다. 동현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수현을 바라본다. 여기서 동현은 최초로 자신의 접속장면을 스스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거리의 사람들이 다 돌아가도 동현의 마음속엔 약간의 미동도 일어나지 않는다. "접속대기중". 

수현이 기다림을 포기하고 돌아서 멀어져 가려해도 동현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수현이 발걸음을 돌려서 동현이 앉아 있는 찻집으로 올라오면서부터 상황은 급전된다. 

수현은 주인에게 영혜의 음반을 틀어달라고 요청하고 2층으로 올라간다. 장면은 여기서부터 사이버 공간과 실제 공간이 뒤섞이기 시작하며, 놀라운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수현이 들고 있던 물리적 음반은 이제 그들의 첫 번째 접속을 매개했던 음악으로 변환되어 동현과 수현이 함께 존재하는 현실 공간을 가득히 채우가기 시작한다. 

그 동안 두 사람을 접속시켜 주었던 모든 방법들이 동시에 현실과 사이버 공간에서 동원된다. 

수현은 음악에 쌓여 동현의 바로 뒤에 있는 공중전화기를 들고, 동현의 자동응답기에 마지막 메시지를 남긴다. 그들의 유일한 접속 통로였던 전화선을 통해서. 

자동응답기에 담긴 동현의 또다른 분신은 사이버 공간에서 '메시지를 남겨 주세요'라는 똑같은 응답만을 되풀이하고, 동현은 수현의 실제 모습과 접속 시도 과정을 실제 공간에서 바라보게 된다. 

접속을 포기한 수현은 계단을 내려서 멀어져 간다. 유리창 밖으로 멀어져 가는 수현의 뒷모습, 그래서 다시 "해피앤드"와 "여인2"로 사라져 가는 수현을 바라보던 동현은 무언가를 깨닫기라도 한 듯 달려간다. 비로소 실제 공간에서의 두 사람의 어색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어느날 불쑥 배달된 옛 음반은 동현의 과거를 상징한다. 과거로부터 배달된 이 음반이 음악으로 변환되어 사이버 공간을 여행하며 동현을 과거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구출해주는 새로운 만남을 잉태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이제 그들이 새로이 의미를 찾아낸 새로운 실제 공간 속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서있다. 

사이버 공간의 침습은 이미 우리들 생활속 깊숙이 까지 스며있다. 

그것은 컴퓨터 통신만이 아니다. 그것은 전화, 팩스, 호출기, 방송매체, 그리고 음반이나 출판물에까지 서서히 스며들어 우리의 만남과 헤어짐의 형식을 변화시켜 왔으며, 그에 따라 우리의 감정도 함께 진화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의 무대는 비록 그가 네티즌이 아닐지라도 이미 실제 공간과 사이버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고 있으며, 우리는 그속에서 새롭게 변신 재탄생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