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 뜻 한 사 람 들


 

- 사 이 버 폭 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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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세기를 정보화 시대라 한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세기말이 기울어져 갈수록 이 말을 점점 더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당신 손끝에 모든 것을"이라던 장미 빛 선전문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보화시대의 진입 초기부터, 음란 폭력물로 뒤덮인 인터넷이나, 통신 판매 사기행각, 컴퓨터 바이러스, 인터넷 중독증, 스팸메일 등과 같은 사이버 공간의 부정적 측면들의 출현에 몸살을 앓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을 이용한 사이버 폭력의 문제도 분명한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다른 예들이 사이버 공간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었던 것과 달리, 사이버 폭력의 문제는 사 이버 공간을 매개로 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직접적 상호작용이라는 측면에서 뚜렷이 구별된다. 인터넷과 컴퓨터를 통해 사이버 공간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이제는 사이버 공간 너머의 실제 사 람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가에 상관없이.


폭력은 분명히 인간 심성의 한 부분이다. 폭력을 문명사회에서 몰아내고자 하는 많은 노력이 있어왔지만, 여전히 폭력은 사회의 균형을 유지하는 강력한 힘이다. 국가간 군비경쟁이나, 조직 폭력배의 무력이나, 경쟁 사회에서 상대에 대한 폭력 행사 등은, 그것이 직접적이든 교묘하게 위장된 간접적인 것이든, 얻고자 하는 것이 분명한 목표 지향적 행위이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근원을 알기 어려운 이 또 다른 폭력의 심성은 폭력 그 자체와 그에 따른 심 리적 쾌감이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현저히 다르다. 그것은 욕설을 통해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거 나, 면박을 주어 기를 꺾고, 집요하게 치근덕거려 공포감에 시달리게 하는 등의 고도의 심리게 임이다. 물리적인 피해를 준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공격은 한 개인의 정신세계의 균형상태를 파괴하는 힘이어서, 결과는 의외로 심각할 수 있다. 흔히 약자나 여성들을 향하고, 가해의 형식 은 흔히 은밀하고 도착적이다. 피해에 시달린 사람들은 최소한 그 사회를 혐오하거나 떠나게 된다.

직장 내에서의 공공연한 폭언이나, 음란 전화, 관음증, 노출증 등의 형식으로 존재하던 이러한 폭력들은, 오늘날 사이버 공간을 통해 각 가정 깊숙이까지 침투하고 있다. 흔히 젊은 여성들의 전자 우편함에 가득히 혐오스러운 사진들을 전송한다거나,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모욕, 또는 직접적인 협박 등을 가해 온다. 미디어의 발달과 통신망의 결합을 통해 개인생활의 안전지대도 사라져가고 있다. 언제 몰래 카메라가 자신의 욕실을 들여다보고 있을지 모르고, 또 그 장면이 인터넷에서 버젓이 상연되고, 대중에게 판매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얼마전 세간에 화제가 된 O양의 비디오 사건은 이러한 신기술들의 결합에 의한 개인 생활의 침해와, 대중의 호기심과, 이를 이용한 상술과,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대중재판식 사회폭력이 모두 결합하여, 한 개인의 인생을 무참히 짓밟은 예이다. 이는 이미 사이버 공간을 비롯한 신기술들이 기존 인간사회의 폭력적 요소들과 온전히 결합해가고 있다는 경종인 것이다.

얼마 전 우리 나라에서도 직장내 성폭력 방지법이 추진되었다고 한다. 많은 찬반 양론 속에서 도 한 가지 중요한 사회적 의미가 줄곧 빠져있어 아쉬웠다. 20세기에 들어 가족계획과 가사 자 동화 등을 통해 자유로워진 여성들은 활발하게 사회에 진출했고, 남녀간의 대등한 관계를 형성 했다. 산업사회 또한 유능한 여성인력을 많이 원했다. 그런데, 이러한 유형무형의 폭력들이 여 성의 사회진출을 방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알려진 것이다. 즉 여성인력의 사회적 활용이 선진국들에서 성폭력 방지법 입법의 가장 강한 동기의 하나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은 마음 약한 선량한 사람들을 사이버 공간에서 추방하려는 압력으로 작용해서, 다가올 정보화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모두에게 필수적인 사이버 공간에 서의 삶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누구나 손끝에서 멋진 정보를 얻는 멋진 세상"이라는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천년은 우리 모두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지만, 심리적 유약성을 과녁으로 한 사 이버 공간에서의 폭력은, 기존의 사회경제적 귀천빈부간 차이와, 지식기술 보유 여부에 따른 계 층 차별에 더해, 사회 집단간 차별을 심화시키기 위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분명한 하나의 문화현상인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러한 심리게임에 기반한 사회문화적 폭력은 폭력 자체와 그에 따 른 쾌감 자체가 목표이며, 은밀하고 도착적이며 때로 집요하다. 피해자는 심리적 혼란과, 불안, 자신감의 상실, 사회에 대한 믿음의 상실, 공포, 우울, 인지적 몰락감 등에 시달리게 된다. 장기 화 할 경우 피해는 사회로부터의 격리나 자살과 같이 심각한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다. 흔히 피해자들은 홀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주변에 알리는 것만으로 도 많은 심리적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요즈음 급증하는 여성전용 사이트와 같은 폭력적 행동이 배재된 사이버 공간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은밀한 폭력의 행사자들은 밝은 하 늘아래 공개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여, 자신의 행각이 노출될 위협에 취하면 쉽게 꼬리를 감 춘다. 더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따뜻한 사회와 따뜻한 사이버 공간을 가꾸어 가려는 수많은 친 절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적극적이고 따뜻한 손길을 얻는 기쁨도 함께 나눌 수 있다.



 

1999.8 김 주한 si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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