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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이 컴퓨터 내부에서 형상화되어질 것이다. 또한 물질과 생명과 인간 정신에 대한 이 가공할 복제기술들은 서로 결합하여 사람의 정신을 가진 돼지를 만들고자 할 것이다. 아직은 조잡하지만 이 인간 정신의 부분적 복제기술은 이미 우리의 정신세계의 고유한 분위기에 대한 맹렬한 공격을 가하고 있다. 결국 복제 가능한 인간 정신의 가치는 점점 보잘것없는 것으로 변해갈 것이다
복제된 양 한 마리 때문에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영국 로슬린 연구소의 이안 월머트 박사와 케이스 캠벨 박사가 성숙한 양을 복제하는데 성공하여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 복제된 양 한 마리가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오던 "인간 복제" 실현의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는 양이나 사람의 복제가 기술적으로 별 차이 없으므로(믿고 싶지는 않겠지만) 금방이라도 인간 복제가 일어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아니, 어쩌면 인간 복제의 비밀 실험은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실험은 기존의 수정란 복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수정란을 분할해서 일란성 쌍생아를 만드는 실험은 수정란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수정란은 한 쌍의 남녀로부터 정자와 난자를 공급받아야 얻을 수 있으므로 이는 엄밀하게 말하면 복제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월머트 등에 의해 성숙한 개체의 체세포로 복제를 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누구나 자신의 체세포를 떼어서 자신과 동일한 유전자 구성을 가진 개체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 생긴 개체는 자신과 나이만 다를 뿐 일란성 쌍둥이처럼 정말 똑같이 생겼을 것이다. 백일 사진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살점을 조금 떼어서 맡기고 기다리면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을 재현할 수 있는 세상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 복제의 윤리적 측면을 들어 규제입법을 놓고 난상토론이 한창이다. 한 언론기관에서 수행한 "가장 복제하고 싶은 인물은?"이라는 설문조사에서 세종 대왕 등이 수위를 차지하고 복제되어서는 안되었으면 하는 인물에는 김일성, 히틀러 등이 거론되었다고 한다. 인간복제에 대한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농담처럼 인구에 회자되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인류가 태고적 에덴 동산의 사과에 매혹되었던 이유를 알 듯도 싶다.
수많은 공상과학 소설의 주제로 끊임없는 제기되 왔던 인류멸망에 대한 공포는 이제는 사라진 것인지도 모른다. 선남선녀들을 선택해서 세포를 체취해내고 우주공간의 안전한 곳에 분산 보관하였다가 필요할 때 복제해 내면 그뿐일 테니까. '동물의 왕국'이란 프로그램이 계속 인기를 끄는 것도 이제는 사라져 가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화면으로나마 접하면서 그 신비감에 사로잡히고 싶은 소망 때문이다. 그런데, "희귀 생물도 그냥 복제하면 되지 동물 보호는 해서 무엇하나..." 하는 생각에 이르러서는 끔찍한 우리의 이기심에 그만 소름이 끼친다. 쥬라기 공원도 정말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닐까?
바야흐로 대량 복제의 시대다. 산업혁명이 가져온 대량생산 기술은 물질의 대량 복제를 낳았다. 당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대량 복제 생산물이 아닌 것이 있는가 자문해 보기 바란다. 지금 당신이 입고 있는 옷, 신발, 내가 지닌 볼펜이나 수첩까지 어느 하나도 대량복제의 산물이 아닌 것이 어디 하나라도 있는가? "내가 입은 옷은 수제품이야!"라며 자신의 개성을 뽐내는 멋장이 아가씨라 할지라도, 그 옷을 만든 옷감, 실, 염료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옷을 만들기 위해 사용된 재봉틀, 가위, 바늘에 이르기까지 대량 복제의 산물이 아닌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신의 영역이었던 생명복제가 막 시작되었다.
비트의 시대로 대변되는 정보화시대 또한 무한 복제의 시대이다. 산업혁명이 물질 세계의 조작을 통한의 "물질 대량 복제"이고, 생명공학이 유전자 조작을 통한 "생명 대량 복제"라면, 정보화시대는 인간 정신 활동의 산물, 즉 "정신적인 것의 대량 복제"에 다름 아니다. 이제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환경마저도 가상현실 기법에 의해 형상화해 내어 대량 복제하고자 한다.
물론 이 디지털 기술의 자가 복제 능력은 그 속도와 효율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인류는 대량 복제 기술에 의해 물질적 풍요를 이루고, 또한 복제품을 고르게 나누어 가짐으로서 수많은 갈등을 해결해 왔다. 이제 인류는 물질뿐 아니라 생명과 정신마저도 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천상의 불 다음으로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훔쳐다 준 것은 아마도 복제 기술인 듯하다.
월터 벤자민은 기계적 복제품이 난립하면서 예술작품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고유한 분위기를 망가뜨려 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예술품들에서처럼 현실마저도 그 분위기를 도둑맞을 수 있을까?" 금강산 일만이천봉이 가상현실 기술로 완벽히 형상화된다면, 그래서 대량생산되기 시작한다면, 그에 대한 애틋한 향수는 함께 사라질 것이다.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를 놓고 서로 다투는 어린 자매에 대한 가장 좋은 해결책은 그 강아지를 복제해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것일까? 그렇다면 삼각관계에 빠진 연인들의 고통을 해결해주는 것도 복제를 통한 공유일까? 그리고 그 다음엔 또 무엇을 복제할까? ... 더 이상 상상을 계속하는 것조차도 너무나 섬뜩한 일이리라.
과연 인간 복제는 가능한가? 생물학자들의 생각은 "그렇다" 일지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정신의학자들의 생각은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복제된 개체는 전혀 다른 성장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적어도 정신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참으로 정신적 존재이다. 생명을 "유전자 조합"으로 정의하고 출발한 유전공학에 의한 성공적인 인간 복제가 역설적으로 인간은 "유전자 조합"만으로 정의될 수 없다는 증명을 해낸 셈이니 아이러니컬하기까지 하다. 인간 정신의 고유한 분위기는 생명 복제 기술만으로는 도저히 훔쳐갈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컴퓨터 기술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인간 정신의 복제이기 때문이다. 복제된 인간이 난립하기 시작하면 사람만이 소유하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개개인의 고유한 정신적 개성마저도 그 분위기를 도둑맞을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인간 정신 세계에 대한 사이버스페이스의 이 가공할 공격은 이미 시작되었다.
암산을 빨리 하는 아이는 이미 신동이 아니다. 손바닥만한 전자계산기만도 못할 테니까. 최근 "다마고찌 인형"의 선풍적 인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작은 게임기는 생명복제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병아리 키우는 기쁨의 정신적 측면만을 복제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음으로서 우리를 혼란케 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개발된 "디지털 물고기"는 헤엄치고, 성장하고, 짝짓고 생식한다. 냄새만 빼고 모든 것이 어항과 똑같다. 당신이 먹이 주기를 게을리 하면 이 물고기는 끝내 죽어버릴 것이다. "프린세스메이커"를 통해 아이를 키우는 기쁨을 느낄 수도 있고 "신혼일기"를 통해서는 결혼생활의 애환을 체험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컴퓨터 용어인 "시뮬레이션"이란 말은 "동적 복제"에 다름아니다.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사이버 아이돌(cyber idol) 교꼬는 완벽한 외모와 성격특성까지 갖추고 있으며 성장한다. 최근 음반까지 취입해서 진짜 방송 스타들과 경쟁을 시작했을 뿐 아니라 성인이 되면 누드집 발간을 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물론 이는 스타에 열광하는 기쁨이라는 우리 정신 세계의 일부분을 복제한 것이다.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이 컴퓨터 내부에서 형상화되어질 것이다. 또한 물질과 생명과 인간 정신에 대한 이 가공할 복제기술들은 서로 결합하여 사람의 정신을 가진 돼지를 만들고자 할 것이다. 아직은 조잡하지만 이 인간 정신의 부분적 복제기술은 이미 우리의 정신세계의 고유한 분위기에 대한 맹렬한 공격을 가하고 있다. 결국 복제 가능한 인간 정신의 가치는 점점 보잘것없는 것으로 변해갈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정신 복제 기술"은 "인간 정신"의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 "인간 정신을 고유한 분위기는 무엇에서 오는가?" - 의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적어도 이미 정보기술이 대체해 버린 계산 능력이나 기억력은 아닌 듯하다. 미지의 정신 세계인 인간 정신의 자유, 감성, 상상력, 창조성, 사랑, 그리고 무한한 자기 재창조의 능력이 아닐까? 결코 부분들의 조합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무한한 자기 재창조의 가능성마저 잉태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우리들만의 고유한 분위기인 것은 아닐까?
제우스의 노여움을 산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에게 불을 훔쳐다 준 벌로 매일 큰 독수리에게 간을 먹히는 고통을 당하다가 헤라클레스에게 구원되었다. 인류의 지적 오만으로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인간 복제 충격과 지금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인간 정신의 디지털 복제 충격의 재앙으로부터 인간 정신 고유의 따뜻한 분위기도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그 답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러한 구원마저도 인간의 지적 능력에서 찾는 우를 범하지 않고 우리를 사람답게 하는 따뜻한 인간 본성으로부터 구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1997.6 김 주한 In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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